몸을 뒤로 눕혀 자세를 편안히 하길 바란다. 집중하기보다는 느긋한 태도로 감상해야 그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음악이 울려 퍼질 것이기 때문이다. 흠. 체인 왈렛(Chain Wallet)이라. 이름만 보고는 메탈 밴드인가 싶었다. 나도 참 단순하지, ‘체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만으로 지레짐작한 것이다. 체인 왈렛의 음악은 메탈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도 한참 멀다. 그들은 꿈결 같은 소리를 연출해내는 노르웨이 출신 드림 팝 밴드다. 첫 곡 ‘Abroad’가 흐르고, 당신이 체인 왈렛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려보면 즉시 어떤 밴드가 연상될 게 분명하다. 그렇다. 이 분야의 전설이라 할 지저스 앤 메리 체인(Jesus & Mary Chain)이다. 과연, 자료를 찾아보니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 있다. 물론 체인 왈렛의 음악이 지저스 앤 메리 체인의 복사판인 것은 아니다. 조니 마(Johnny Marr) 스타일의 매력적인 기타 리프는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한 특징이다. 무엇보다 멜로디 메이커로서의 재능이 탁월하다. 7번째에 위치한 ‘Change of Heart’ 후렴구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가끔 이런저런 드림 팝 밴드의 음악을 듣다 보면, 사운드에 공을 과하게 들이는 탓에 정작 선율이 심심한 경우를 만날 수 있다. 체인 왈렛은 이런 우를 범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팝송 못 지 않게 멜로디가 명징하다. 인상적인 도입부로 집중력을 확 끌어올리는 ‘Mutet Colors’도 함께 감상해야 하는 이유다. 전체적으로 러닝 타임은 길지 않다. 즉, 그들은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팝적인 접근법을 중시하는 밴드다. 제일 긴 곡이라고 해 봤자 ‘Reminants of a Night’인데 채 5분을 넘지 않는다. 따라서 장르적으로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팝과 드림 팝 사이의 어디에선가 절묘하게 밸런스를 잡아낸 밴드라고 말이다. 이번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영업을 좀 해볼까. 만약 당신이 화이트 라이즈(White Lies), 스미스(The Smiths), 지저스 앤 메리 체인, 큐어(The Cure)의 팬이라면 체인 왈렛의 음악에도 호감을 표할 거라고 생각한다. 반가운 이름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밴드 캠프 체인 왈렛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맨 아래에 ‘추천 아티스트’가 뜨는 걸 볼 수 있다. 그 중 한국 밴드 ‘세이수미(Say Sue Me)’의 2018년 앨범 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음반은 내가 꼽는 2018년 최고작 중에 하나다. 체인 왈렛의 No Ritual과 더불어 감상하면 기쁨 2배일 것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