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뒤져서 인터뷰 영상을 찾아봤다. 밴드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궁금해서였다. 리스닝 테스트 결과 ‘하잌’이라고 발음하면 된다고 한다. 표기법에 어긋나는 관계로 이 글에서는 ‘하이크’로 썼음을 먼저 밝힌다. 앨범 타이틀은 [Drama](2019)다. 기실 하이크는 고국인 노르웨이에서 이미 꽤 알려진 이름이다. 노르웨이가 낳은 가장 최근의 스타인 시그리드(Sigrid)가 그들을 강추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하이크는 기본적으로 아주 탁월한 재능을 지닌 팝 밴드다. 일렉트로를 기반으로 하는 동시에 귀에 착착 달라붙는 선율을 뽑아낼 줄 안다. 첫 곡 ‘Keep Telling Myself’와 이어지는 ‘Get It Right’를 들어보라. 두 곡 모두에서 어지간한 최신 팝 히트 못 지 않은 멜로디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Keep Telling Myself’에 먼저 마음이 간 게 솔직한 독후감이다. 한데 반복해 청취하면 할수록 ‘Get It Right’로 무게추가 기울어지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곡, 반드시 비가 내리는 밤에 감상해보길 권한다. 너무 세찬 비는 어울리지 않는다. 적당히, 포슬포슬 떨어지는 빗방울을 위한 거의 완벽한 사운드트랙이다. 내가 방금 경험해봐서 이렇게 쓰는 거니까 부디 신뢰해주길 바란다. ‘Dancing Like This’로 음반은 표정을 바꾼다. 좀 더 화사하고, 업 템포로 진행되는 곡이다. 그러면서도 조근조근 노래하는 창법이 인상적이다. 하이크는 거의 모든 곡에서 이런 지향을 고수한다. 절대 오버하지 않고, 감정의 결을 ‘툭’하고 건드리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Sorry’에서 만날 수 있는 짧지만 아름다운 순간이 이에 대한 강력한 증거다. 음반 소개를 보다가 ‘밀레니얼 세대’라는 표현에 눈길이 딱 머물렀다. 글쎄. 나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지만 내가 파악한 이 세대의 특징 중 하나, ‘상처 받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아닐까 한다. 달리 설명하자면 ‘상처’를 ‘실패’로 바꿔도 의미는 통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이 앞으로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건설되지 않을 것임을 직감하고 있다. 그나마 더 나빠지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과연, 이런 미래 속에서 실패에 대한 그들의 두려움은 가히 정당하다. 음반의 하이라이트는 ‘As Loud As It Get’에 위치한다. 흡사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를 연상케 하는 사운드로 듣는 이의 집중도를 확 끌어올린다. 하나, 이 곡에서도 그들은 감정을 격렬하게 드러내지는 않는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내밀한 구석을 함부로 보여주지 않는 태도를 선택한 셈이다.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마지막 곡 ‘Snowball’에 이르기까지, 하이크 음악의 일관된 정서 하나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내 예측이 자주 맞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밴드, 특별한 기회만 거머쥘 수 있다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거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인상적인 밴드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