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욕심 부리지 않는다. 여기다 싶은 맥을 정확하게 찾아 절제할 줄 안다. 그리하여 체인 왈렛은 자신들이 속한 장르인 드림 팝과는 어쩌면 거리가 멀다 할 ‘맵시’를 확보한다. 그러니까, 그들의 음악은 드림 팝이면서도 아주 잘 만들어진 팝을 지향한다. 마니아적이라기보다는 보편 감수성에 호소하는 음악이라고 봐도 좋겠다. 멜로디다. 그들은 역시 좋은 선율을 직조할 줄 아는 밴드다. 사운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명징하면서도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나도 안다. 역설이다. 그래서 핵심은 밸런스가 된다. 이를테면 체인 왈렛은 소리의 외향성과 내향성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할 줄 아는 밴드다. 첫 곡 ‘Lost Somewhere’를 들어보라. 사이키델릭과 드림 팝 사이의 어딘가에서 운동하는 와중에 후렴구에서는 귀에 쏙 박히는 멜로디로 듣는 이를 매혹한다. 그렇다고 그 멜로디가 강렬한 톤의 그것이라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간이 적절하게 되어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체인 왈렛 음악의 또 다른 강점이다. 이를테면 ‘Ride’ 같은 곡을 꼽을 수 있다. 적당한 선에서 속도감을 유지하는 동시에 심플하면서도 핵심을 건드리는 선율로 쉬이 물리지 않는 곡을 완성해냈다. 솔직히 말해볼까. 듣는 이의 주목을 확 끌어올리고 싶다면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간을 세게 치면 된다. 멜로디의 고저를 최대치로 설정하고 톤도 확 내지르는 방식으로 구현하면 된다. 한데 이런 음악, 금방 물릴 가능성이 꽤나 높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 지겨워지지 않는 음악은 없다. 반대로 끝도 없이 낯설기만 한 음악 역시 없다. 듣다 보면 물리고, 듣다 보면 친숙해진다. 이 포인트를 어떻게 잡느냐가 그 곡의 수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내가 체인 왈렛의 음악을 강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What Everybody Else Could Find’에서처럼 그들의 음악은 한방에 꽂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은근한 뉘앙스로 조금씩, 서서히 다가오는 쪽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신비로운 여운을 남긴다. 그들의 음악을 오랜 시간 껴안고 애정할 수 있는 바탕이다. 이번에도 긴 곡은커녕 4분이 넘는 곡조차 없다. 이 점 역시 그들이 드림 팝이라는 장르 안에서 ‘팝송’을 쓰고 싶어한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다. 그러나 기왕의 팝송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 바로 이것이 체인 왈렛이라는 밴드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티핑 포인트다. 반드시 끝까지 쭉 듣기 바란다. 이 음반의 진정한 보석은 마지막 트랙 ‘Inner Space’에 숨어있으니까 말이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