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밴드다. 모두 여성 멤버로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결성되었다고 한다. 경력의 출발은 2008년부터였다.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3장의 앨범과 여러 장의 싱글을 발표했다. 그 중에는 영어 곡도 있고, 노르웨이어로 부른 곡도 있다. 둘을 섞어 노래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잡설이 길었다. 이 모든 팩트는 무시해도 좋다. 라지카가 아주 뛰어난 팝 밴드라는 점, 이거 하나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이를 테면, 적어도 내 판단에, ‘Slipp meg fri’ 같은 곡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구글신께 여쭤보니 해석하면 ‘나를 풀어줘’라는 뜻이라고 한다. 글쎄. 이 곡을 듣는 열에 아홉은 이 곡이 당신을 풀어주지 않을 거라는 미래를 꿈꿔도 좋다. 나 역시 그랬다. 이 곡에 완전히 꽂혀서 며칠 동안 반복해 플레이했으니까 말이다. 이 곡의 핵심은 무엇보다 편곡에 있다고 믿는다. 라지카는 자신들이 창조한 예쁜 멜로디를 어떻게 하면 더 부각할 수 있을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밴드다. 이어지는 곡들도 마찬가지다. ‘Alt du føler er feil’에서도, ‘En sjanse til’에서도 우리는 1980년대 신스 팝을 연상케 하는 캐치한 선율을 만끽할 수 있다. 하나 두 곡의 차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전자가 여유롭다면, 후자에서는 신속한 전개가 돋보이고, 그 뒤에 위치한 ‘D esje meg’를 통해서는 유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하긴, 2008년에 첫 앨범을 발표한 밴드 아닌가. 자기만의 매력이 없었다면, 그래서 호응을 얻지 못했다면, 진작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사운드의 공간감을 최대한으로 살린 ‘På trynet’에서는 탁월한 편곡 실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앨범 타이틀 <Sånn kjennes verden ut>는 ‘세상은 그렇게 느껴요’ 정도 되는 의미라고 한다. 솔직히 그들이 어떤 주제를 이 음반에 담아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중국어 다시 배우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갑자기 노르웨이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노릇도 아닌 탓이다. 다만, 한 가지 확언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다면 라지카의 음악에는 절대 다수에 소구할 만한 멜로디가 담겨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편곡의 만듦새는 더없이 맵시 있고, 깔끔하다. 1980년대 신스 팝 팬이라면 꼭 체크해보시라.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