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탁의 앨범리뷰 #9. [Undergrünnen] by Undergrünnen

내가 음악 헛듣지 않았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 노르웨이 출신 밴드 언더그룬(Undergrünnen)의 음악이 정말 좋아서 감탄한 뒤 자료를 찾아봤을 때가 정확히 그랬다. 아니, 이 밴드, 노르웨이의 그래미라 불리는 시상식에서 상도 탄 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나는 이전까지 언더그룬을 전혀 몰랐다. 그래서 궁금했다. 과연 내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싶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는 반응을 기다렸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누구도 이 밴드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나는 이것이 음악 듣기의 가장 주요한 기쁨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정말이지 우연한 순간에 예측하지 못했던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것. 이 밴드가 음악적으로 얼마나 탁월한지는 첫 곡 ‘Salighet så svir’만 플레이해봐도 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언더그룬의 음악적인 특성을 압축해서 전시하는 노래인 까닭이다. 언더그룬의 음악은 지극히 역설적이다. 본능에 기댄 연주인가 하면 정확히 계산된 듯한 인상을 주고,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분출하는 와중에 조율의 미학을 잃지 않는다. 장르적으로 설명하자면, 아프리카 리듬과 로큰롤의 융합이다. 그들의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따라서 ‘리듬’이 된다. ‘Skjønne du ingenting’를 들어보라. 타악기 연주자로 아프리카 부족이 참여했다고 해도 덥석 믿을 만한 곡이다. 그러는 와중 언더그룬은 1960년대 모타운을 연상케 하는 여성 백 보컬을 더해 세련미를 더했다. 기타 솔로는 과시적이지 않으면서도 정교하다. 곡 중간의 반전 역시 마찬가지다. 사이키델릭한 연주가 나온 뒤 곡의 스케일이 서서히 팽창하는데 이런 서사적 트릭을 깜짝 파티 정도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게 언더그룬이라는 밴드의 가장 탁월한 재능이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그들이 구현해내는 소리에는 모두 ‘명확한 이유’가 있다. 여기서 잠깐. 자꾸 리듬만 강조하는 통에 멜로디가 별로일 거라고 함부로 추측해서는 안 된다. 앞서 언급한 두 곡을 포함해 ‘Blokkunge’, ‘Tennene i no stort’, ‘Svartbakk’ 등에서 우리는 캐치한 선율을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 그들이 창조해내는 멜로디는 심플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구석이 있다. 화성을 남발하지 않고, 필요한 최소한의 음계로 듣는 이의 감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Blokkunge’의 후반부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다. 결론이다. 나는 이 밴드의 음악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소개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일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반드시 선곡할 거다. 이 밴드에 대해 소셜 미디어에 썼던 글로 마무리하려 한다. “세상은 넓고 음악은 엄청나게 많다. 자료도 거의 없는 밴드의 음악도 이렇게 훌륭한데 요즘 음악 들을 거 없다 함부로 단언하지 말라.” 과연 그렇다. 요즘 음악 들을 거 없다고 툴툴거리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요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일 테니까.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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