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끔씩 무모해졌던 순간을 기억한다. 음악 듣기로 한정해서 예를 들자면 커버만 보고 덥석 구입했던 앨범들이다. 아아, 내가 미쳤지. 가뜩이나 돈도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이유를 곱씹어본다. 요즘 말로 하자면 ‘소확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함 아니었을까 싶다. 다행히도 확률은 갈수록 높아졌다. 일종의 심미안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을 게다. 지금도 나는 커버만 보고 음반을 구입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수작 이상이 걸릴 확률이 최소 80퍼센트는 넘는다고 장담할 수 있다. 서론이 길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밴드 오브 골드(Band of Gold)의 <Where’s The Music> 같은 커버를 보면 일단 지르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커버를 앞세운 음악이 좋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커버를 본 후 음악이 내 마음에 쏙 들 것 같다는 추측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맞았다. 노르웨이 오슬로 출신인 밴드 오브 골드는 캐치한 팝송을 써내는데 있어서 만큼은 가히 선수급인 혼성 2인조다. 과연, ‘골드’라는 수식을 붙일 자격 충분한 곡들이 이어진다. 그들은 첫 곡 ‘Bring Back’에서부터 매혹적인 보컬과 정교하게 짜인 사운드 편곡으로 7분 30초를 밀고 나간다. 그런데 단 1초도 지루할 틈이 없다. 극적인 멜로디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듣게 된다. 무엇보다 밴드 오브 골드는 편곡을 참 잘한다. 좀 느슨해진다 싶으면 포인트를 딱 집어서 살짝 물길을 튼다. 리듬의 변주를 통해서, 여러 소리의 중첩을 통해서, 그 맥을 정확하게 딱 짚어낸다. 한국 최고의 한의사가 누군지 몰라도 가히 뺨칠 만한 솜씨다. ‘I Wanna Dance With You Again’은 서정미 넘치는 선율을 담고 있는 곡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7분 30초 아닌 3분짜리 팝송에서도 재능을 발휘할 줄 안다. 이 곡의 멜로디는 정말이지 인상적이다. 라디오에서 틀면 싫어할 사람 거의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그리하여 결심했다. 이 곡을 라디오에서 소개해야 아무래도 내 속이 좀 시원해질 것 같다. 차트에만 좋은 음악이 있는 건 아니라고 수백 번 글로 써서 강조해봤자 별무소용이다. 이런 곡 한번 들려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체득한 결과다. 만약 멜로디가 예쁜 노래를 좋아한다면 밴드 오브 골드는 당신의 원–픽이 되기에 차고도 넘치는 밴드다. 비단 선율만이 아니다. 그들이 연출하는 소리 자체가 매력적이다. 메인스트림에 클린 밴디트(Clean Bandit)가 있다면 인디에는 밴드 오브 골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상업적 가능성으로 말하자면, 현재까지 내가 소개한 뮤지션/밴드들 중 밴드 오브 골드가 1위다. 글,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