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Jeoung-Yong | CEO, Veloso박정용 | 벨로주 대표http://www.veloso.co.kr 본인을 소개해주세요.홍대 앞에서 벨로주라는 공간을 12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스테이지 기획/제작(2010-2015),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라이브클럽데이 기획, DMZ Peace Train Festival 프로그래머, 서울 인디 뮤직 페스타 기획 등 인디 음악과 홍대 앞을 중심으로 한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지만, 언제나 가장 큰 관심은 좋아하는 음반을 어떻게 싸게 살 것인가인 음악(음반) 매니아입니다. 도시로부터 영감을 받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울이라는 도시는 너무 거대해서 질리지만 덕분에 나만의 코스를 만드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크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개성있는 골목들과 그 골목 안 가게를 잇는 저만의 코스들을 즐겨 찾습니다. 그곳에서 위안과 영감을 얻죠. 예를 들어 내자동 슬로우 핸드 Bar에서 나무 사이로 카페까지의 골목, 망원동 오브니 빵집에서 바 사뭇까지,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건너편 돈까스 백반과 커피스트까지의 골목, 연희동, 상수동 등등 수십 개의 골목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씁니다. 작업공간과 창 밖에 보이는 풍경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평일 오전에는 대부분 제 방에 머뭅니다. 오디오와 음반과 책상만 존재하는 공간이고, 창 밖에는 아파트 단지 내 작은 정원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으며 페이스북을 하고 넷플릭스를 봅니다. 그 기운으로 출근을 하죠. 대표님의 영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디서, 언제, 어떤 순간에 영감을 얻나요? 음악에서 영감을 받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은 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라고 하기엔 너무 가깝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조조 영화 한 편을 봅니다. 1만 원이라는 돈으로 가장 큰 정서적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한 편을 보면서 각성과 위안, 자각과 회고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그 속에서 영감을 받습니다. 그해의 베스트 음반을 꼽는 것보다 영화를 꼽는게 더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노웨이브의 2월 주제는 “THIS CITY NEEDS MORE DAYBREAK”입니다. 당신에게 새벽(DAYBREAK)의 의미는 무엇인가요?저에게 새벽은 시간의 개념이라기보다는 혼자 (깨어) 있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일수록 혼자 있는 순간들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 잘 함께 있을 수 있고요. 새벽에 듣기 좋은,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테마곡들을 선정해주세요.새벽하니 바로 떠오른 제 머릿속 플레이리스트의 곡들입니다. Spigel im Spiegel - 이유화 (Youhwa Lee) Some Day My Prince Will Come - Miles Davis En La Orilla Del Mundo - Charlie Haden 창밖에는 비 오고요 - 송창식 Elegy - David Palmer Peace Piece - Igor Levit 코타르 증후군 - 김오키(KIMOKI) Trilly - Giovanni Guidi Trio He Was beautiful - Cleo Laine, John Williams 11월 그 저녁에 - 양희은 빛 - 백현진 La Belle Dame Sans Regrets - Chris Botti Au Lait - Pat Metheny Group 우리들의 여행 - 임인건 By This River - Brian Eno Sambolero - Luiz Bonfa The Folks Who Live On The Hill - Joshua Redman Dear - 강아솔 Nonverbal - 배선용 See The Sky About To Rain - Neil Young Ballad Of The Sad Young Men - Keith Jarrett Meine Rose (Lieder, Schumann) - Matthias Goerne 레코드샵 이름을 “NOVVAVE(노웨이브)”로 지은 것은 우리가 차트에 있는 음악이나 트렌드를 넘어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창의적 작업에서 “NOVVAVE”의 의미를 말씀해주세요. 트렌드를 좇지 않으려면 트렌드를 무시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業)의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이 질문은 어떤 '기본'에 대한 것입니다. 10년을 성공적으로 버틴 벨로주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그 비결에 대해 궁금해했었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10주년을 맞아 트위터에 썼던 글을 다시 옮겨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벨로주를 하면서 처음부터 피하려고 했던 단어는 아지트, 낭만, 코워크, 시너지, 네트워크, 놀이터... 같은 표현이었다. 그런 표현들이 잘못되었다는게 아니라 나에게 벨로주는 예술가들의 사교장이 아닌 관객(손님)들이 선호하는 공간이어야 했고 놀이터가 아닌 일터이며 아지트가 아닌 가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년을 지켜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나에겐 답이었다. 소위 복합문화공간을 꿈꾸면서 그 가능성과 노하우(?)를 물어오던 사람들에게 늘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 같다" –2018.2.21 cafe veloso twitter. 본 인터뷰는 노웨이브 라이트진 2019년 12월 Christmas 테마로 소개되었습니다."This City Needs More Daybreak"잿빛거리 위엔 아직 남은 어둠이 아쉬운 한숨을 여기 남겨둔채 지루했던 침묵은 깨어지고 눈을 뜬 하루 윤상의 모든 곡을 사랑하지만, 2집 Part2의 첫 곡 <새벽>은 제게 특별합니다. 1993년 윤상의 2집 Part2가 발매가 되었을 때, 저는 병원에서 그 음반을 줄곧 들었습니다. 큰 교통사고로 학창시절 내내 병원 신세를 졌기 때문입니다. 윤상의 <새벽>은 그 시절을 이겨내게 한 '위로'이자 달라질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변화'로 존재해왔습니다. 늘 밤샘작업이 많은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새벽>이란 늘 야근을 의미하지만 그 속에서 나의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마주하는 <새벽>이란 나은 미래를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설렘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찌보면 2월은 <새벽>을 마주하는 경험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시작하고, 준비하고, 돌아보며, 변화가 필요한 그 새벽의 마음으로 노웨이브 레코드의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새벽>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이번 에피소드에 참여해주신 크리에이터들의 인터뷰도, 추천해주신 음악도 2월의 새벽과 어울리는 콘텐츠라고 느껴집니다. 제가 겪었던 것처럼 노웨이브 레코드가 여러분에게 '괜찮은' 변화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